지난 주말 회사 분들과 함께 K리그 올스타와 J리그 올스타와의 경기가 있었던 도쿄국립경기장에 다녀왔습니다. 8월 첫 주말, 아주 더운 날씨임에도 불구하고 K리그 올스타가 초반 긴장감을 누그러뜨리며 J리그 올스타를 3:1로 압도적인 승리를 거두었습니다.
좌우를 휘짓고 다니던 최성국의 플레이가 돗보였던 게임
사실 초반 3백을 활용한 K리그 올스타의 플레이는 4백을 쓴 J리그 올스타에게 좌, 우 양 윙과 윙백의 오버래핑에 계속 공간을 내주면서 아찔한 순간도 참 많았습니다. 욘센과 정대세 선수에게 실제로 연결된 크로싱과 패스도 많았지만 이 두 선수는 끝끝내 한방을 결정지어주질 못하더군요. 반대로 한국 수비수들의 몸을 날리는 수비는 세련된 맛은 없었지만 상대방을 질리게 할만큼 꽤 투지있었던 플레이였습니다. K리그 서포터 석에서 보았던 저도 몸을 날리는 플레이는 열심히 볼 수 있었습니다.
K리도도 마찬가지로 도쿄의 뜨거운 더위 때문인지, 어웨이 경기에 대한 긴장감 때문인지 전반 내내 제대로 공간을 만들면서 뛰지도 못하고 패싱도 상당히 정확도가 떨어졌습니다. 하지만 전반 30분이 넘어가면서 경기 초반 왼쪽에서 뛰던 최성국이 오른쪽으로 포지션을 체인지하고 나서부터 조금씩패싱력과 조직력이 살아나기 시작하더니, 결국 최성국의 발 끝에서 한 골 터져나왔습니다.
* K리그 올스타의 2번째 골: 패널티 킥
경기장에서 보아도 유일하게 스스로 공간을 만들어내던 선수가 최성국이었는데 침착히 골을 넣었죠. 그리고 후반에는 어시스트를 해주면서 MVP를 수상하는 영광도 맞이했습니다. 세번째 골은 J리그와는 다른 '결정력'을 보여주는 멋진 골이었습니다.
* MVP를 받은 최성국
한국 축구. 늘 리그전에 대한 관심이 저만 해도 없었고 이번 경기를 보면서도 한국선수들 면면을 그렇게 잘 알지는 못했습니다. '국가대표'중심으로 운영이 되기도 하고 팬들도 국가대표 경기에만 관심을 갖고 있는데 이번 게임으로 인해 리그 경기에도 관심을 가질 수 있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역시나 아직 저도 야구와 비교할 때 '서포팅'을 하는 팀이 없다는 점...에서 지속적인 관심을 갖을 수 있을 지 모르겠습니다.
그런면에서 오늘 블루윙즈 젓지를 입고서 경기장을 찾아준 수원팬들이나, 오늘 경기장을 가득 매워준 일본 축구팬들(약 2.7만여명이 찾아왔습니다)에게서는 느끼는 바가 많았습니다. 또한 반대로 그런 꾸준한 서포팅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괜찮은 성적을 올려주는 선수들에게도 고맙고요.
* K리그 서포터석을 채운 블루윙즈 서포터들
경기는 이겨서 좋았지만 왜 한국축구리그는 그렇게 인기가 없는가에서 잠깐 우울해졌습니다. 한국의 놀거리(술, 유행문화 등)가 많고 다른 축구리그가 있어, 대체제가 많은 것이 가장 큰 문제겠지만 그냥 제 어린 경험부터 생각을 해보게 되었습니다.
어린시절 서포팅하는 축구구단 있었나요? 그럼 지금은? 미디어로부터의 소외와 지역 경쟁구도 부재
어린시절을 생각해보면 야구는 자주열렸던 탓에(1년에 126경기씩 소화를 하니깐요) 뉴스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었고, 실제로 좋아하는 팀도 쉽게 고를 수 있었습니다. 어린시절을 상기하면 스포츠신문의 1면은 늘 지역에 맞춰서 편집이 되었습니다. 저희 집에서는 일간스포츠를 봤었는데 1면은 늘 야구였고, 늘 삼성이야기였습니다. 삼성이 저더라도요.
이런 미디어의 서포트도 역시나 80년대, 90년대에 야구를 국민스포츠로 올려놓는 역할을 했다고 봅니다. 저의 경우에는 집안의 분위기를 따라 해태를 계속 서포트하고 있습니다만, 아버지의 회사로 인해 LG어린이 야구단에 가입하여 초등학교시절에는 LG 트윈스 마크가 찍힌 잠바를 입고 학교에 가기도 했었죠. 제가 다니던 곳에서는 대부분이 삼성팬이었었습니다. 그러면 또다시 설전이 이뤄집니다. LG와 삼성에 대해서요. 그리고 고교 축구에는 관심이 없었지만 역시 봉황기, 청룡기 등의 고교야구도 곧잘 챙겨봤습니다. 고등학교 때부터 확실히 지역기반의 경쟁구도가 잡혀 있었던 것이 야구였죠.
반면 축구는 제가 그렇게 서포팅하던 팀이 있었던 것 같지는 않습니다. 야구보다 늦었던 1983년쯤 프로리그를 만들고, 연고지를 만들기는 했지만 그렇게 연고지에 사람들이 관심을 갖지는 않았었고 경기가 많아서 TV로 자주 볼 수 있었던 것도 아닙니다. 어린시절에는 정말 학원가거나 TV보거나 둘 중에 하나만 했던 것 같은데 그 때 이미 미디어에서 밀려난 축구는 야구의 경쟁상대가 될 수 없었죠. 또 지역기반의 경쟁구도보다는 대우, LG, 유공(지금은 SK), 포철 등 대기업간의 경쟁으로 인식이 되었던 것 같고요. (이건 저도 정확히는 모르겠고, 제 느낌에는 그랬던 것 같습니다)
사실 지금의 야구에 대한 인기는 어린 친구들이 아닌 80년대, 90년대 초반까지 야구를 좋아하고 특정팀을 응원하던 어린이들이 '경제적 능력'이 생기면서 가족단위의 관객이 늘어나게 된 것입니다. 야구를 좋아했던 남편, 남자친구가 여자친구, 아이들도 같이 데리고 오는 선순환구조가 조금씩 이뤄지는 것입니다. 그런 순환구조에서 물론 메이저리그에서 활약하던 선수들의 복귀와 현재 벌어지는 순위전이 '즐거움'을 주면서 처음에는 그냥 야구장을 찾았던 관객들도 그 재미에 빠지게 되는 것이죠.
온라인 야구게임의 대부분의 과금유저들이 20대후반~40대 초반 유저라는 사실도 현재 프로야구의 팬층이 누구인가를 잘 알게해주는 본보기입니다. 반대로 온라인 축구게임에서는 국가별 대항전 혹은 역시 유럽클럽팀을 선택하여 축구를 대부분 하게 됩니다. 유저는 10대~20대 초반의 유저가 많은 편이고요. 사실 야구장에 가보면 중고등학생은 그렇게 많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이 친구들을 축구장에서 볼 수 있는 건 아닙니다.
* 오늘 경기를 찾은 약 2만7천여명의 관객들
대한민국 남자의 아이러니: 운동은 축구를 하지만 응원은 야구를
그런데 어린시절에 가장 많이하던 운동은 또 '축구'입니다. 공하나만 있으면 되는 편의성과 룰의 단순성(어린시절에는 오프사이드 이런거 모르죠. 오히려 자유킥이라고 하면서 적은 수로도 축구를 합니다)의 영향이 컸던 것 같습니다. 야구공, 글러브, 포스마스크 등의 많은 장비가 필요하고 규칙도 까다로운 야구보다는 접근성에서는 정말 앞설 수 밖에 없습니다. 대한민국 남자들이라면 아마 실제로는 축구를 많이하면서도 서포팅은 야구를 하는 일종의 '아이러니한 상황'을 다 겪어봤을 것 같습니다. 실제로 군대를 가면 또 대부분 축구를 하면서도요.
역시나 어린시절부터 이어진 야구에 대한 인기가 서포팅할 축구팀을 만들게 하지 못하였고, 그러면서 리그에 대한 관심을 많이 끄게 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미디어들도 대부분 야구에만 관심을 쏟아부었던 것 같고요. 사실 차범근이란 신화적인 인물이 80년대 한국에서 큰 조명이 되지 않았던 것도 당시에는 '야구'중심의 스포츠 보도(이 부분은 편집과 기자들간의 역학관계도 되겠죠)의 영향이었을 것 같습니다.
이미 어린 중고등학생들은 스포츠를 찾는 새로운 관객층이 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학교를 마치면 학원을 가는 일상에 지쳐있는 청소년들이 직접 경기장을 찾기는 어렵죠. 물론 이친구들은 대부분 여가시간에는 '게임'을 많이 합니다. 그리고 20대 후반~40대의 기존 층들은 이미 응원하는 야구팀이 있는 사람들입니다. 축구에 여력을 쏟을 사람이 별로 없습니다. 그렇다면 역시 방법이 없는건가요. 저도 축구는 정말 좋아하면서도, 이 문제에 대해서는 참 답이 없네요...
조금은 우울해보입니다. 이번 JOMO컵도 역시 한일전의 대리전의 성격이라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졌지만 과연 다시 리그전에 관심을 갖을 수 있을까요. 이번 경기의 방송권도 지상파에서는 구매를 않고 케이블에서 구매를 하였다고 들었습니다. 얼마나 관심이 없으면 그랬을까요. 시청률이 중요하고 '돈'이 중요하니깐 이해는 됩니다만 역시 미디어의 태도가 사람들의 관심을 만들어 내는 역할을 얼마나 하는지는 중요합니다. 인터넷이 뜨면서 소위 영화의 조연배우였던 연기파배우들의 입지만 커진 것만 봐도 알 수 있죠.
일본만 보아도 인기는 야구가 압도적이지만 축구경기장은 평균적으로 2~3만명은 채우고 경기를 시작합니다. J리그 초반 창설부터 '지역기반'의 경쟁을 만들고 서포트라는 것을 알게모르게 은연중에 강조한 것이 일본인들도 인식하게 된 것이죠. 또한 일본 특유의 다양성에 대한 문화가 축구를 야구에 묻히지 않고, 인터넷놀이란 다른 여가활동(엔터테인먼트)에 묻히지 않고 살아 남게한 원동력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시민구단창설, 어린이 축구교실강화로 뒤 늦게 지역기반의 서포팅을 심어가고 있지만 정말 무언가 뽀족한 방법이 없을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