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는 한국과는 달리 아직까지 지면광고가 상당히 많습니다. 인터넷사용이 대부분 핸드폰을 통해서 이뤄지다보니, 아직까지 인터넷을 통한 컨텐츠의 소비는 늘고 있지만 광고매체로서의 성장속도가 느리다보니 '지면'을 통해 정보를 제공하는 '잡지', '신문', '지하철광고', '찌라시'등도 아직까지도 큰 시장을 이루고 있습니다. 채용을 전문으로 하는 무가지, 한국으로 보면 교차로같은 정보지도 타블로이드가 아니라 '잡지'의 형태로 아주 상세하게 적혀져 있을 정도죠. 저도 일본에 있다보면 이곳에서의 지면광고의 효과는 체감하게 됩니다.

이번에 이야기하게 될 전시회도 '지면광고'에 이끌리게 된 것이죠. 어느날 모딜리아니 전시회가 지하철에 걸려있는 'Enjoy Tokyo'라는 프린팅광고를 보고나서 '꼭 다녀와야지'라고 생각했고, 그 결심을 늦은 실행에 이제서야 옮긴 것이니까요. 사실 모딜리아니라고 하면 '긴 목'과 잘생겼던 얼굴과 사랑했던 연인인 '잔(Jeanne Hebuterne)'과의 뜨겁지만 슬픈 사랑이야기, 그리고 '피카소의 라이벌' 정도가 머리를 스쳐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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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델리아니 전시회가 열린 곳은 록본기에 위치한 '국립신미술관'이라는 아주 멋진 건물입니다. 록본기 미드타운에서 걸어서 약 1분정도 떨어진 곳에 위치한 곳으로, 외장을 모두 유리로 처리한 이쁜 건물입니다. 그러면서도 주변에는 녹음을 즐길 수 있는 나무들도 많이 심어져 있고, 그림을 보러 들어가기전부터 기분은 참 즐거워집니다. 아래 사진은 입구에서 찍은 것인데 사진이 이쁘지 않네요. 흐린날씨이기도 했지만 역시 제 솜씨가 부끄러워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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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물외부 보다도 내부가 참 이쁩니다. 내부는 높은 천장과 실내에 넓은 카페가 마련이 되어 있어서 여유롭게 그림도 보고, 커피와 차도 마실 수 있는 자연스런 환경이 만들어져 있습니다. 천장이 높은탓에 실내의 소리는 다소 울리기는 하지만, 채광이 워낙 좋아 실내도 상당히 깔끔하고 좋습니다. 또 플로어도 목재로 해두어서 햇빛과 함께 좀 더 따뜻한 느낌이 들고 발걸음도 좀더 가벼워지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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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는 솔직히 상당히 어려웠습니다. 이유는 전시가 '일본어'와 '프랑스어' 딱 2가지로 만 설명이 되어 있어서 그림보다는 설명을 읽는데 오히려 시간이 더 많이 걸렸는지도 모르겠고, 그마저도 절반도 이해를 못했습니다. 몇몇 아는 단어와 모딜리아니에 대해서 서양미술사 시간에 들었던 이야기들을 종합하여 머리 속에서 저만의 스토리를 만들어가기에 바빴죠.

모딜리아니 그림은 저작권상 사진을 찍을 수 없었지만, 인터넷에서 찾은 그림들을 이곳에 전시해보도록 하겠습니다.


모딜리아니 그림은 확실히 상당히 평면적이고, 특징을 극대화하고, 색감도 채도는 상당히 높고, 역시 '긴 목'이 그의 심벌이겠죠. 대학 수업때의 기억을 더듬어보면 그의 이런 그림의 가장 큰 특징은 '조각'을 회화로 옮긴 새로운 시도였다는 것이 일반적인 설명이었던 것 같습니다. 아래 그림은 그가 조각을 회화로 옮긴 - 첫작품은 조각을 위한 스케치라고 해야할지는 모르겠으나 - 그의 긴 목을 한 여인들이 등장하기 이전들의 작품입니다. 마치 목조조각을 보는 듯한 착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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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모딜리아니는 아프리카에 관심이 아주 많았고, 이를 반영하여 토템과 관련된 조각도 초기에는 회화와 동시에 했었습니다. 하지만 1914년에 건강상(어린시절부터 있었던 폐결핵)의 문제로 조각을 그만두고, 회회에만 전념을 하게 되었던 것이죠. 그리고 나서 우리가 기억하는 모델리아니의 그림이 등장하게 됩니다. 특히 모딜리아니는 이탈리아인으로서 20세기초에 프랑스로 옮겨왔는데, 그곳에서도 잘생긴 외모로 인기가 아주 많아서 여성들의 초상화를 그릴 기회가 아주 많았다고 합니다. 그래서인지 자회상은 거의보기 어렵고, 남성을 주제로 한 그림도 상대적으로 적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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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은 조각에 대한 한이 남아서였는지, 조각상처럼 선에 직선성이 묻어있고, 채도도 상당히 진해보입니다. 또한 대부분의 그림이 정면에서만 그려져있고, 원근감보다는 '특징적'으로 인물이 그려져 있습니다. 후기로 갈수록 조금씩 채도는 부드러움을 찾아가지만, 형태에 대한 자신만의 해석은 정말 독특했던 것 같습니다. 목이 길고, 팔과 몸은 가늘게 표현을 한 것이 일반적입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그의 인생과 그림에서 빠질 수 없는 것은 잔(Jeanne)이겠죠. Jeanne는 모딜리아니의 마지막 연인으로 알려진 여인입니다. 모딜리아니는 잘생긴 얼굴로 여자들에게 인기도 많았고, 여성편력도 심했다고 합니다. Jeanne는 그보다 열네 살 어린 화가 지망생이었고, 파리에서 1917년에 만난 후 둘은 사랑에 빠지게 됩니다. 열렬히 사랑했지만 역시 모딜리아니의 여성편력은 죽기전까지 지속되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Jeanne은 그의 모델로 인생을 살아가고 그의 아이를 임신하고, 그리고 그가 폐결핵으로 죽었을 때 딸아이를 남겨두고, 임신 9개월의 몸을 이끌고 다시 그를 따라 자살을 하게 된다는 이야기가 전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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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그의 그림중에서도 Jeanne의 그림이 가장 다채롭고 아름답습니다. 예전의 삐친 입술과 무표정에서보다 생기를 띈 입술, 명확해진 눈동자 (그의 그림을 보면 눈동자가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정확한 시선, 좀더 여성스러워보이는 느낌 등. 제 친구 중에는 이상형을 물어볼 때 팔다리, 목이 긴 모딜리아니에 나오는 그런 여성! 이라고 이야기할 때도 있으니깐요. 사실 왠지모르게 매력적이라는 건 이럴 때 쓸 표현인 것 같습니다. 결말은 비극적이었지만...

그리고 일본이라서 볼 수 있었던 재미난 풍경도 있었습니다. 바로 모딜리아니 화풍으로 3분안에 그려준다는 일종의 '상품'을 바로 미술관 내부 카페옆에서 판매하고 있었습니다. 3분안에 그려준다고 하는 것인데, 아래 그림을 보면, 500엔이지만 개인적으로는 좀 아깝지 않나 싶었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나더 아래 사진에서 파란선으로 경계표시를 해둔 곳에 들어간 사람들 모두가 바로 자신의 초상화를 위해 기다리는 사람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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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반적으로 전시는 차분했고, 날씨탓인지 휴일임에도 불구하고 북적거리지 않아서 관람에는 괜찮았습니다. 모딜리아니 전시회는 처음 봤는데 일관된 그림의 표현과 역동적 변화, 독특한 해석과 표현 등 열정적인 인생과 질곡을 간접적으로 볼 수 있었습니다. 일전에 그에 관련된 영화도 있었는데 한번 찾아봐야겠습니다.


Posted by Simon Cheo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