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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03/06 추성훈과 특별했던 한국 남자유도 78kg급 by Dustin (13)


추성훈의 무릎팍 두번째 편을 보면서 글을 쓰고 있습니다. 지난 수요일, 첫번째 편을 보고 나서 “하나의 사랑”을 흥얼거리며 한 주를 보냈던 것 같은데요. 노래 부르는 그 눈을 보니, 한 눈에 평범한 삶을 살아 오지는 않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무릎팍도사 중 '하나의 사랑' (출처: Youtube.com)

개인적으로 궁금했던 것은 이종 격투기 선수 아키야마 요시히로보다 유도선수 추성훈이었습니다. 원래 아시안게임이건 올림픽이건 큰 스포츠 이벤트는 종목을 가리지 않고, 챙겨 보는 편인데, 유도 경기는 중계도 잘 해주지 않을 뿐더러, 그가 아시안게임에 출전했던 2002년에는 군대에 있었던 터라 TV조차 볼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실력은 있었으되 운이 없어 좌절한 비운의 스타라는 이미지가 과연 맞는지 확인해 보고 싶었던 것이죠.


특별한 한국남자 78kg급: 한국의 텃밭이자 르네상스기

기억을 더듬어 보니, 75년 출생인 추성훈이 한창 전성기를 맞이했을 90년대 중∙후반은 한국 남자유도의 다시 없을 중흥기였습니다. 그 중에서도 남자 78kg급(후에 81kg급으로변경)은 특별했던 것 같습니다.

1. 김병주(68년생) ‘89 세계선수권대회 1위 / ‘92 올림픽 3위
2. 윤동식(72년생) ‘94 아시안게임 1위 / ‘93~’95 국제대회 47연승/ ‘94 7개 국제대회 우승
3. 전기영(73년생) ‘93~’97 세계선수권대회 3연패 / ‘96 올림픽 1위
4. 조인철(76년생) ‘97, ‘01 세계선수권대회 1위 / ‘98 아시안게임 1위 /
                           ‘96 올림픽 3위, ‘00올림픽 2위

‘89년 김병주 선수가 우승한 이래, ‘01년까지 세계선수권대회에서 4개의 금메달을 획득했는데, 같은 시기 일본은 이 체급에서 단 한 차례 밖에 우승하지 못했습니다. 참고로 ‘92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땄던 요시다 선수는 전기영의 등살을 피해 체급을 올리게 됩니다. 비슷한 시기에 저 정도 레벨의 선수가 한 체급에 몰려 있었던 적이 한국 유도사에 있었나 싶을 정도입니다.



1995년 86kg 세계선수권대회 결승전 장면 (출처: Youtube.com)

[1993년 세계선수권 78kg에서 우승한 뒤 전기영 선수는 체급을 올리면서, 이미 86kg에서 활동하고 있던 ’92 올림픽 78kg 금메달리스트 일본의 요시다 히데히코와 숙명의 대결을 펼치게 됩니다. ]

추성훈 역시 ’00 코리안 오픈에서 조인철을 제압한 적이 있습니다. 대표 선발전을 비롯한 여러 대회에서 둘이 업치락뒷치락했다는 내용의 글을 많이 찾아볼 수 있었습니다. 상당한 수준의 실력자였음에는 분명한 것 같습니다.


하바쯔(파벌)에 대한 여러 소문들

그러나 그도 언급했듯이 상대를 “한판”으로 이길 수 없었던 탓에 국가대표가 될 수는 없었습니다. 하바쯔(파벌) 때문이죠. 실제 경기대 출신의 전기영, 한양대 출신의 윤동식은 특정 대학 출신들의 텃세로 많은 고생을 합니다. 전기영이 업어치기나 허벅다리에서 발군의 기술을 가지게 된 것도, 윤동식이 굳히기의 달인이 된 것도 판정 이전에 승부를 가리기 위해 노력한 결과 아닌가 라는 뒷 이야기가 있을 정도니까요.

추성훈이 언급한 파벌의 수혜자는 조인철 선수입니다. 그 역시 두 차례나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우승할 정도의 실력자지만, 그보다도 힘들 수 있었던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석연찮은 판정으로 수혜를 입었다는 의혹이 많았습니다. 실제, 윤동식 선수는 국가대표 선발전 결승에서 판정의 벽에 막혀 단 한번도 올림픽 본선에조차 나갈 수 없었습니다. ‘90년대 중반의 윤동식은 역대 최고의 선수 중 한 명으로 손꼽히는 인물임에도 말이죠.

살면서 겪었던 많은 우여곡절을 “운명”이라는 한 단어로 풀어냈던 추성훈인데요. 아마도 일제 강점기 도일한 한국인의 후손으로 일본에서 태어났다는 것과 함께 75년에 태어났다는 것, 그래서 90년대에 유도를 했다는 것. 그것이 가장 극적인 운명이 아니었을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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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은 비단 추성훈에게만 국한되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전기영이 전대 미문의 세계대회 3연패를 달성한 뒤 전설의 유도가로 명예의 전당에 이름을 올린 반면, 윤동식은 단 한번 올림픽 본선에 발을 내딛지 못한 비운의 스타로, 조인철 역시 세계선수권을 두 번이나 제패할 만큼 실력자였지만, 그보다는 파벌의 수혜자로, 윤동식과 추성훈을 “비운”으로 몰아간 원흉으로 공격받고 있으니 말이죠. 모든 이야기들은 그들이 비슷한 시기에 함께 운동을 했던 것에서 비롯된 것이지요.

순탄치 못했던 한국 생활을 뒤로 하고, 일본으로 귀화한 추성훈은 2002년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고, 2004년에 이종격투기로 전향, 10승 1패의 좋은 성적을 내고 있습니다. 그리고 Time to say goodbye에 맞춰 등장하는 그의 도복 오른편에는 태극기가, 왼편에는 일장기가 그려져 있습니다.



추성훈 등장 장면 (출처: Youtube.com)


나는 한국인도 조선인도 아닌 세계인: 역도산과 추성훈

한 다큐멘터리에서 “추성훈도 나고, 아키야마 요시히로도 나다” 라는 인터뷰를 보았습니다. 있는 그대로 자신의 모습을 봐달라는 이야기로 들렸습니다. 한국인 아버지, 어머니를 뒀으니 핏줄로는 한국인이지만, 일본에서 태어나고 자란 그는, 문화적으로, 또 이미 귀화했으니 국적으로도 일본인입니다. 하지만 둘 중 그 어떤 것도 선택할 수 없고, 또 버릴 수 없는 그의 처지가 동정이 가는 것은 어쩔 수 없네요.

과거에는 타의에 의해 타국에서의 삶을 강요 받았던 경우가 많았지만, 이제는 스스로의 선택으로 국적을 선택할 수 있는 경우가 더 많아지겠죠. 한국의 국적을 가진 외국인, 외국 국적을 가진 한국인 모두 편안한 마음으로 생활할 수 있는 열린 사회가 되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같은 무대에서 활동하고 있는 추성훈과 윤동식이 한 링에 오른다면, 그 또한 많은 이야기를 낳을 것 같습니다. 격투기를 격하게 아끼는 건 아니지만, 꼭 챙겨 봐야 겠네요.

Posted by Simon Cheong